2009년 03월 09일
虜ノ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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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elier Kaguya (이하 카구야) 라는 제작사의 연표를 살펴볼 때 2007년 한해는 대단히 흥미깊은 한 해로 손꼽힙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자면 2006년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우선 나스오마 - 카테오네 - 아네지루 3연타로 2년 가까이 '에로'게임계를 말 그대로 지배했다 할 수 있는 Berkshire Yorkshire (이하 BY) 팀이 그간의 노선을 완전히 선회해서 스쿠프로 를 내놓았고, 이어 TEAM HEARTBEAT (이하 HB) 에서도 여태까지 철저하게 텍스트 ADV만을 고수해 오던 방침에서 탈피하여 Dungeon CrusaderZ (이하 던크) 라는 RPG 게임을 내놓게 됩니다. 그때까지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안정적인 노선을 완전히 벗어던진 카구야의 행보는 당시 팬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으며, 이는 2007년 초 BY 팀이 오사아마 로 새로운 작풍 굳히기에 들어가고 같은 해 4월에 Honkey-Tonk Pumpkin (이하 HTP) 팀의 창설과 함께 한층 더 순애성을 강조한 작품 델타 가 나오면서 더욱 큰 가십거리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창립 초기에 최종치한전차, 인형의관 과 같은 능욕조교물 로 업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카구야인 만큼, 팀의 증설에도 불구하고 2005년의 메도레이 이후 2년 가까이 순수 능욕조교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일부 올드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오기도 하였던 2007년 여름, HB 팀에서 虜ノ姫 (이하 토리코노히메) 라는 신작을 발표하게 됩니다.

제목에서 우선 예상할 수 있는 토리코노히메 의 주된 키워드는 '공주' 와 '조교' 입니다. 주인공 크로드 는 먼 옛날 기억을 잃고 죽어가던 중 붉은 서큐버스 노라 에게 구해진 이래, 그녀의 요새인 공중저택 '조율의 관' 안에서 그녀의 의지에 따라 각종 여성들의 조교를 의뢰받아 수행하게 됩니다. 세계 최고의 조교사 라는 명성을 얻은 지금, 그러한 주인공 앞에 세 명의 공주가 조교 의뢰와 함께 보내진다 라고 하는 것이 본 작품의 발단이 되겠습니다. HB팀의 전작 조교물들인 최종치한전차 나 메도레이 의 주인공들도 설정의 힘을 빌려 조금은 특이한 이유로 인해 상식 외의 진지한 이유로 조교에 임했습니다만, 토리코노히메 의 주인공 의 경우 그 정도가 한층 심해서, 시종일관 극히 스토익하고 사무적인 모습 이외의 사람다운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 뒤에 숨겨져 있는 본 작품의 메인 포인트는 바로 '드라이함' 입니다. 오사아마 나 델타 에서 볼 수 있었던 달콤한 순애도, 스쿠프로 에서 볼 수 있었던 허둥지둥 코메디도, 던크 종반에 볼 수 있었던 장렬함도 모조리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리고, 그저 주어진 목적에 충실하게 정확하고 효율적인 조교를 행하는 크로드와, 그에 따라 차근차근 속절없이 저속해져 가는 히로인들의 모습은 평소의 카구야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테이스트를 느끼게 해 줍니다. 앞서 언급했던 공주 라는 키워드도, 작품의 무대가 되는 조율의 관 이라는 배경도, 아래에서 추가로 설명할 BGM이나 그래픽도 모두 이 드라이함 이라는 테마에 맞는 고풍적 중세 판타지 분위기를 향해 있다는 것을 플레이 중 느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에 따라서는 스토리 진행 내내 주인공의 그 강철의 포커페이스에 일말의 미동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겠으나,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반대로 그 점이 주인공을 작품 전체의 테마에 완전히 녹아들 수 있도록 했다고 봅니다. 업계의 트렌드를 볼 때 토리코노히메 와 같은 조교물의 주인공들은 대체적으로 감정의 기복이 적은 편에 속하는 데다가, 본 작품의 경우 한층 더 '그러한 방향성' 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누구도 아닌 주인공의 캐릭터를 그에 철저히 맞추지 않으면 작품 전체의 방향성이 틀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엔딩에 이르도록 아무런 변화 없이 스토리가 흘러가는 것은 아니고, 종장에 이르기까지 힘겹게 힘겹게 잡아내던 주인공의 미세한 변화가 마지막에 한번에 급속한 변화를 불러온다고 하는, 마치 견고한 댐에 조금씩 금이 가서 물이 새기 시작하자 한번에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은 전개를 보여줍니다. 이쪽 업계에서는 비교적 드문 캐릭터를 어떻게 스토리로 성립시킬 것이냐 하는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할 수 있겠습니다.
토리코노히메 최대의 특기사항이자 논란거리는, 이렇듯 HB팀이 온갖 정성을 쏟아부어 성립시킨 작품의 테마가 카구야 제일의 트레이드마크인 에로함을 누른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카구야 작품 특히 HB팀의 작품은 그 원화력을 바탕으로 매 에로신마다 히로인 주인공에 플레이어까지 끈적끈적하게 녹아내릴 정도로 진한 연출을 과시한다는 것이 철칙 중의 철칙인데, 토리코노히메 의 에로신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철저하게 사무적인 가면을 무너뜨리지 않는 주인공과 역시나 철저한 조교를 위해 필요 이상의 과도한 쾌락에 빠져 숨 넘어갈때까지 무리하는 것이 용서되지 않는 히로인의 모습이 여태까지의 HB팀 작품의 에로신들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줍니다. 각 장의 마지막 즈음마다 시행되는 히로인 조교 과정 발표 파티 에서 조교 때마다 보여주는 담백(?)한 에로신이 아닌 비교적 진한 에로신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카구야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알아채기 힘든 부분일 지도 모르지만, 필자와 같이 카구야 스탠다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인식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토리코노히메 의 에로신에서 여태까지의 카구야 작품들과는 미묘하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예전에 메도레이에 대해 소개할 때 M&M의 원화가 어떻게 작품의 퇴폐적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는 지에 대해 언급했던 바가 있습니다만, 토리코노히메 에서는 그 채색에 의한 분위기 조성을 한층 더 극단화 시켰습니다. 학원 이상으로 폐쇄된 공간인 저택 이라는 요소를 싫을 정도로 느끼게 해 주는 어슴푸레한 배경은 물론이고, 특히 토리코노히메 에서는 각 히로인마다 테마와 같이 정해진 색깔(백, 흑, 녹, 적)이 있어 모든 이벤트 CG에서 그 색깔을 이용한 분위기 조성 및 테마의 강조를 노렸습니다. 단순히 백색 이라고 하면 퇴폐, 조교, 드라이함 이라는 작품의 방향성과 맞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작품 내에서는 이러한 색깔의 선택이 배경 및 분위기와 어울려서 '절망에 저항하는 순백', '좌절에 달관한 칠흑', '공포에 떠는 신록', '광기를 부르는 암적' 이라는 주제가 되어 작품을 떠받들게 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회상 모드에서 관람할 수 있는 신은 총 67개로, 이 중 비 에로 회상인 3개를 제외하더라도 최근의 카구야 트렌드 하에서는 실로 경이적이라 할 수 있는 64개의 많은 에로신을 제공합니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에로신 자체가 카구야 스탠다드에 맞지 않게 단순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히로인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목적과 스케쥴에 따라 조교를 한다는 이유로 페라면 페라 페팅이면 페팅 섹스면 섹스 이렇게 한번씩만 하고 끝이기 때문에, 많은 에로신 숫자에 비해 그 밀도가 매우 낮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벤트성 에로신에서는 그래도 조교 때에 비해 집요하게 히로인을 공략합니다만, 결론적으로 팬들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될 요소라는 점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타 카구야 작품들에 비해 실험적인 요소를 많이 도입하였고, 그에 따라 단점도 존재하는 토리코노히메 입니다만, 마찬가지로 타 카구야 작품들에 비해 눈에 띄게 좋은 부분이 있으니 바로 BGM 입니다. 토리코노히메 의 BGM 이야말로 천재적이라 불리는 M&M의 원화 이상으로 작품의 분위기 조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 요소라고 보는데, 고풍스러운 중세 판타지적 이미지를 위해 전자 사운드를 극도로 줄이고 가능한한 클래시컬한 느낌을 살린 음악들은 하나하나가 주옥같습니다. 토리코노히메 의 스토리가 비교적 짧고 전개가 단조롭다는 이유로 총 곡 수가 17곡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로 본작의 OST는 역대 카구야 작품군의 OST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최고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토리코노히메 의 시스템은 (당시의) HB팀 신형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코스챠2 와 마찬가지로 발매 이후 패치가 전무할 정도로 완벽한 구동 성능을 자랑합니다. 시나리오 상의 부정합도 전혀 없으며, 세이브 개소도 필요 이상으로 풍부하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공략 상의 지장은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작품 내에서도 언급하듯이 히로인들의 동시 공략을 위해서는 (이벤트 회수를 위해 필요합니다) 약간의 신경을 써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히로인의 굿엔딩 혹은 배드엔딩을 전부 회수하게 되면 엑스트라 시나리오가 발생하며, 하렘루트 또한 여기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다만 엑스트라시나리오로의 분기는 HB팀 표준이던 타이틀화면에서 분기가 아닌, BY팀 표준에 가까운 정규 시나리오 내에서의 분기 라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リディア (Lydia)
조국이 만족의 침략을 받아 멸망, 부모를 인질로 잡힌 채 만족 왕의 명령에 따라 조율의 관 에 보내지게 됩니다.
고아한 풍채와 용기로 만족과 크로드의 조교에 대항하지만, 한없이 쾌락에 민감한 육체는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를 저속하게 타락시켜 갑니다.
세 히로인 중 단연 가장 반항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주인공 또한 백전연마의 조교사라서 언제나 최종적으로는 주인공에게 굴복하고 맙니다.
성우는 나카야 시호 씨. 카구야 작품에는 첫 출연이지만 이미 북해도나 F&C, 일루젼 등에서 수많은 출연경력을 가지고 계신 실력파입니다.

ヒルダ (Hilda)
북방 종교국가의 무희 였으나, 부왕의 서거 후 친오빠의 반란에 의해 조율의 관 에 다다르게 됩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희노애락 이라는 감정이 완전히 결여되어 어떠한 조교에도 초연한 반응을 보이며, 조교가 진행되어도 그저 '성교에 의한 쾌락' 에 대한 동기로 조교에 응하는 탓에, 크로드에게 있어서는 세 히로인 중 가장 정신적으로 조교에 고생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또한 힐다와 비슷하게 희노애락 의 감정이 사실상 결여된 인물이라는 점이 힐다에게 동족의식 이라는 것을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성우는 이와이즈미 마이 씨. 코스챠2 의 마유 와는 매우 다른 캐릭터인데도 위화감 없이 연기를 소화해 내셨습니다.

エレノア (Eleanor)
요정국가 멧세라 의 제1왕비. 남편의 이상한 성벽에 의해 조율의 관에 보내지도록 명령됩니다.
크로드의 조교를 거부하고 싶으면서도 남편에 대한 애정 탓에 그러지 못하는 유부녀의 고민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다른 히로인들에 비해 처음부터 개발이 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동시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조교를 거절하기도 합니다.
(리디아의 경우 조교를 받더라도 의지로 버텨 주겠다는 식이고 힐다는 아예 거부를 안합니다)
성우는 카스미 료 씨. 최근 카구야, 일루젼, 북해도, 아리스소프트 등 중견급 제작사의 작품들에 다수 출연하시는 분입니다.

クロード (Claude) (앞)
일반적으로 세간에 알려진 조율의 관 의 주인이자, 천재 조교사.
현재까지 100명에 가까운 여성들을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완벽히 대응해 조교해낸, 세계 최고의 조교사 입니다.
최고에 오른 지금도 매일 스스로 조교일지를 작성하고 각종 도구의 손질을 감독하는 등,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체는 사실상 노라의 사역마 같은 것이라, 노라의 지원이 없으면 금방 힘이 다해 죽어버리는 약한 존재입니다.
ノーラ (Nora) (뒤)
크로드의 배후에서 관을 조종하는 붉은 서큐버스.
서큐버스라고는 해도, 비교적 가벼운 터치였던 MWA의 라이라와는 다르게 글자 그대로 악마와 같은 존재입니다.
남성의 정액과 여성의 절망을 양분으로 해서 살아가는 존재답게, 주인공을 사역하여 그로부터 정액을 공급받고, 그가 조교사가 되도록 사주하여 조교대상인 여성들에게 절망을 안겨다 줍니다.
그녀와 주인공 사이의 관계에는 많은 수수께끼가 있는데, 엑스트라 시나리오에서 그 의문의 대부분이 풀리게 됩니다.
성우는 미나세 사키 씨. 최근 카구야, 트라이앵글 과 같은 에로를 중시한 제작사에서 집중적으로 캐스팅되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분인데, 특히 토리코노히메 의 경우 이분이 주력으로 하는 메인-연하히로인 라인과 완전히 상반된 광기의 연상 캐릭터 역할이라는 상당히 귀중한 케이스 입니다.



앞서도 여러번 언급하였듯이, 토리코노히메 는 카구야 작품들 중에서도 그 무엇보다 작품의 분위기 형성에 가장 큰 노력을 쏟은 작품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요소들 외에도, 본 작품은 공식 HP, 각 BGM 타이틀 및 각 장의 인트로 등에서 적잖은 불어를 도입해 작품의 중세적 분위기 구축에 큰 기여를 하였는데, 한때 국내에서도 나돌던 영문 간판 효과 라는 것을 감안해 보면 이 또한 상당히 참신한 실험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필자가 집필에 들어가면서 과연 그 어떤 작품보다도 독특한 요소를 노렸던 토리코노히메 의 분위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상당히 고민했었는데, 역시 앞에서도 말했던 '드라이함' 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담백하다고 하기에는 본 작품의 또하나의 테마인 조교 라는 부분이 걸리고, 깔끔하다고 하기에는 많은 이들이 사실상의 트루엔딩으로 꼽는 노라 엔딩이 배드엔딩 이라는 점이 뒤끝을 안좋게 합니다. (라기보다 카구야가 선보이는 오랜만의 다크한 작품이라는 점 탓인지 어떤 엔딩에서도 행복한 구원을 약속해 주지 않습니다) 비오는날 밤 소파에 앉아 평소 애음하는 위스키를 온더락으로 따라놓고 한모금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알코올이 가져다 주는 몽롱한 쾌락과 목을 타고 올라오는 은은한 향, 그리고 쌉살함에 무심코 쓴웃음을 짓는다. 토리코노히메 라는 작품을 단적이자 추상적으로 표현하자면 저런 이미지가 되겠습니다.
# by | 2009/03/09 09:37 | Atelier Kaguya | 트랙백 | 핑백(1)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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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냑 와우한다고 야껨 안하는줄 알았는데.. 누구처럼.....'ㅅ'(..)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해 본 Team Heartbeat 게임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게 이 토리코노히메였지요. 분위기도, 색체도 설정도 모조리.
2. 잔인하리만큼 비쳐지는 크로드의 드라이함에 오한을 느끼고
3. 오오 힐더공주님 오오
...그건 그렇고 버그신고. "코스챠2의 마이" -> "코스챠2의 마유"
확실히 보통 카구야의 게임하고는 분위기가 틀리네요. 개인적으로 카구야 본연의 게임들도 좋지만 그래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가끔씩 이런 게임들도 내줘야 겠죠?
..육성(??) 게임으로서 완성도는
토리코를 능가합니까?
잘 쓰셨네요
유일하게 이 작품은 저의 감정을 심하겍 자극시켰다는 (여러가지 의미로)
정신붕괴될 정도로 파급효과가 큰 작품이죠 (끝부분이...)